그것은 내 인생이 적혀있는 책이었다. 어디서 구입했는지
누가 선물했는지
꿈속의 우체통에서 꺼냈는지
나는 내일의 내가 이미 씌여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
살아갔다.
일을 했다.
드디어 외로워져서
밤마다 색인을 했다. 모든 명사들을 동사들을 부사들을 차례로 건너가서
늙어버린 당신을 만나고
오래되고 난해한 문장에 대한 긴 이야기를
우리가 이것을 해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영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
너무 많은 글자가 허공에 겹쳐 있기 때문
당신이 뜻하는 바가 늘어나는 것을 지옥이라 불렀다. 수만 명이 겹쳐 써서 새까만 표지 같은 것을 당신이라고
당신의 표정
당신의 농담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이상한 꿈을 지나서
폐이지를 열 때마다 닫히는 것이 있었다. 어떤 문장에서도 꺼내어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당신은 토씨 하나 덧붙일 수 없도록 완성되었지만
눈 내리는 밤이란 목차가 없고
제목이 없고
결론은 사라진
나는 혼자서 서가에 꽂혀 있었다. 누가 골목에 내놓았는지
꿈속의 우체통에 버렸는지
눈송이 하나가 내리다가 멈춘
딱 한 문장에서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래된 서적 - 기형도 (0) | 2025.06.26 |
|---|---|
| 서울, 또는 잠시 - 김이강 (5) | 2025.06.25 |
| 레몬 - 허수경 (6) | 2025.06.23 |
| 심야식당 - 박소란 (1) | 2025.06.22 |
| 우주적 우연 - 이운진 (0) | 2025.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