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맛집

파주 숨은 힐링 명소 - 황인용의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

머리를 텅-비우고 하루 제대로 쉬고싶다는 생각이 며칠 전부터 계속 들어서 반짝 연차휴가 내고 파주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저는 막귀에 클래식알못임에도 불구하고 콩치노콩크리트에 가서 1-2시간씩 가만히 앉아 웅장한 음악에 흠씬 두들겨맞다 집으로 돌아오는 류의 힐링 방법을 좋아했었는데요, 언제부턴가 그곳이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가 되면서 (건축공간도 예쁘고 광활한 한강뷰에 노을맛집이니 그럴만도 합니다. 강추ㅎㅎ) 전쟁같은 자리 선점 싸움이 불가피해지고 음악소리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많아지다보니 한동안 안찾게 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콩치노콩크리트와 같은 용도로 건축된 음악당이지만 입장인원을 적절히 제한해 수많은 연인들로 인한 북적거림이 미세하게나마 덜 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카메라타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훌륭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무심하게 툭 가져다 놓은 커다란 창고같은데 감각적이면서도 어딘지 절제된 콘크리트 건축물이 서로 잘 어울립니다.
 
 

 
입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주말에 입장객이 많을 때는 캐치테이블로 대기를 걸게 하고 내부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건 물론 힘든 일이지만 이 곳 음악 감상 공간 퀄리티의 항상성을 고려한 그러니까 공간의 목적에 충실한 아주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당 안에서 같이 진행 중인 아티스트 빠키(VAKKI)의 형박색음(형태, 박자, 색감, 음률) 작품 시리즈에 대한 미술 전시 포스터도 보이네요. 생업의 고단함에 깊은 동면에 빠져버린 저의 예술적 오감을 일깨워주길 기대하며 들어가봤습니다.
 
 

 
내부 공간은 예상했던대로 콤팩트한 편입니다. 가장 먼저 하늘의 3분의 2만 가린 요상한 나무 천장이 눈에 들어왔고 다음으로는 나무의 결을 닮은 콘크리트 벽면도 눈에 띄었습니다. 공간디자인 장인이 소리의 울림과 흡음을 정밀하게 계산해 설계한 내부 공간이겠지만 어딘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독특함이 직선으로만 구성된 공간의 단조로움과 뒤섞이면서 결국에는 편안함을 주게 되는 묘한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료 아메리카노가 예상을 뒤엎고 맛없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잠든 감각을 일깨워주는데는 세상에 커피만한 게 또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따뜻한 커피 한 모금에 예민한 촉수들이 일제히 음악들을 준비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양쪽 고막과 온몸에 전해지는 값비싼 스피커가 내는 진폭을 만끽하며 악기 소리에 집중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램수면에 빠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들어러 와서 록 뱅잉을 하는 게 어딘지 민망해 스트레칭 하는 척했습니다. 배치된 의자가 예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래 앉아있기에 편안한 의자는 아닙니다. 의자가 너무 편안하면 관객 순환이 잘 되진 않겠지만요.

 
집중력이 흐려지면 잠시 음악을 백색소음 삼아 책도 읽어줍니다. 이런 곳에는 꼭 읽어야할 책이 아닌, 다음 내용이 궁금해 죽겠는 읽고싶은 재밌는 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을 전 잘 알고 있습니다.
 

 
중앙 메인홀 공간과, 자연채광을 그대로 이용한 양쪽 사이드 공간이 그 어떠한 구조물의 도움 없이도 하나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하고 있습니다. 
숲덕후들에게는 나무 멍 때리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음향장비들. 정말 투박하게 생겼습니다.
뭐든 빨리빨리 발전하는 세상에서 왜 유독 악기나 이런 음향장비들은 옛 명품들이 최신의 것들을 압도할 수 있는걸까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짐을 챙겨서 2층으로 올라가봤습니다.

 

 
2층으로 올라와서 보니 저 요상한 나무 천장은 예상을 뒤엎고 쇠줄에 매달려있는 플로팅 아일랜드 같은 거였습니다. 궁금증 증폭..
그 와중에 가만 앉아서 조용히 자기 할 일 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보니 꽤 귀여워보입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천장이자 동시에 바닥. 공간 안의 또 하나의 공간. 콘크리트와 나무의 대비로 음악을 듣기에 가장 원초적이면서 단순한 공간이 되었다. 메모 메모..
 

 
플로팅 아일랜드에는 아티스트 빠키(VAKKI)의 조형예술품들도 전시 중입니다.
뻔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한 번 가늠해봤습니다.
 

 
VAKKI 작가의 작품에 눈이 많이 갑니다. 저 원초적인 형태와 색만으로도 굉장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기회를 통해 작가의 전시회에 관람을 한 번 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잠시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들어가 예술적인 공기로 온몸을 샤워하고 기분 좋게 나왔습니다. 
 
모네의 그림같던 주차장 뷰를 마지막으로 이제 집으로 향해봅니다.

 
 
카메라타에 다녀오고나니 왠지 제대로 된 휴가를 하루 보낸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ㅎㅎ 무더위가 가신 뒤에 다시 오면 음악 감상 후에 헤이리 마을 산책을 좀 더 해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분명 후기를 쓰려고 시작 했는데 점점 일기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글 올리면서도 행복했으니 그걸로 되었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